구타유발자



  블로그에 자주 들락거렸던 사람들은 알지만 토요일마다 취미로 사회인 야구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가만 세어보니 아니 벌써 3년차다. 3년이나 했으니 꽤나 실력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3년이나 했는데 이거 밖에 못한 말이야?’에 가깝다. 애초에 나란 인간은 내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남자라서 도무지 실력이 늘 생각을 않는다. 그저 일주일에 한 번 몸을 움직이고, 아무 생각 없이 공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껴진다, 이 시간만큼은 모든 일상에서 떨어진 나 혼자만의 감동적인 시간이랄까……는 뻥이고, 사놓은 장비도 아깝고, 그동안 해온 시간도 있고, 이거라도 안하면 도무지 운동하고 담을 쌓아버릴 것 같으니 그럭저럭 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도 나름 이어가고 있는 기록이 하나 있다. 연속 안타 기록이나 팀내 최다 홈런 기록, 방어율 왕 같은 기록이었으면 꽤 자랑거리였겠지만 절대로 아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항상 상대팀 투수의 공을 맞곤 한다. 덕분에 팀내 최다 사구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은 연습경기를 포함해 8경기 정도 연속으로 공을 맞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타석에 서면 어떻게든 출루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몸 쪽 공이 오면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맞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 애초에 프로도 아니고 그저 다치지 않는 게 최고라는 마음으로 몸 쪽으로 나오는 공은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할 수 없는 공이 생긴다. 아니 피했는데 맞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별히 내가 반사 신경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맞게 된다. 이쯤 되면 상대팀에서 일부로 맞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상대 투수를 위협할 정도의 타격능력을 가져서 상대편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오히려 같은 팀 선수들의 화를 돋울 정도의 타격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하여간 이제 같은 팀 사람들까지도 내가 타석에서 치기 보다는 또 맞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처음에 걱정해주던 분위기도 온데간데없고, ‘저 새끼 또 맞았어’, ‘저거라도 맞고 나가는 게 어디야.’ 뭐 이런 분위기랄까. 누군가에게 이런 소리를 했더니 넌 구타유발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 토요일에도 운동을 하러 나간다. 이번에도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다.






by Loooou | 2009/08/12 03:00 |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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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9/08/12 08:33
공 안 아프게 잘 맞는 법을 터득하실지도 모르겠군요. 다시 뵈서 반가워요.
Commented by 선홍 at 2009/08/12 23:10
누가 저새끼도맞았어 라고하나요 ㅠ.ㅠ

그저 성욱형의 희생에 박수를 쳐줄뿐
Commented by Qooo at 2009/08/13 16:20
형은 맨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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