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어느 날부턴가 도서관에 벌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에 날개가 달린 그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벌레들은 어느 순간 불쑥 도서관 이용객이 읽던 책 위로 떨어지거나 또는 그들의 다리를 천천히 기어오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거나, 잠을 자거나, 독서에 열중하던 이용객들은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 앉을 때는 항상 의자에 벌레가 있나 확인을 해야 했다.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이용객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손으로 조심스레(차마 쳐다보지는 못하고) 의자를 쓸어보았다. 때때로 조용한 도서관 안에서는 누군가 나직하게 내쉬는 안도의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끔 벌레를 유난히 두려워하는 누군가는 나직한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른 이용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했다. 그렇게 비명을 내지른 이용객은 대부분 다음날부터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어떠한 소음도 용납이 되지 않는 공간이었기에 해프닝은 항상 그쯤에서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구원한 것은 책장마다 켜켜이 쌓여있는 지식의 파편들도 아니었고, 뇌의 주름마다 잡혀있는 애덤 스미스도, 마르크스 혹은 라캉도 아니었다. 청소부 아줌마였다. 뚱한 얼굴의 청소부 아줌마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혹은 벽이나 창문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빗자루로 쓸어 쓰레받기에 쓸어 담았다. (오, 빗자루와 쓰레받기에 영광이 있으라) 날 수 없는 것인지 벌레들은 그저 나직한 소리와 함께 쓰레받기로 들어갔다. 도서관의 연약한 이용객들은 비록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어서 빨리 그녀가 도서관에 당도하기를, 그리하여 벌레들을 멸하기를 바라마지않았다. 태초에 청소부 아줌마가 있어, 벌레들을 쓰레받기로 인도하여 도서관의 평화를 가져왔을지니. 오, 그녀에게 영광이 있으라. 누군가는 마음속으로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들은 몰랐다. 그녀에게도 벌레를 보면 비명을 지르며 털어내던, 그들과 같이 나약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by Loooou | 2009/10/05 13:20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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