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구두
노인이 턱짓으로 방금 나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말이야.
네.
살인자야.
네에?
나는 막 구둣방을 빠져나간 남자 쪽을 쳐다보았다. 살인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노인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구두를 닦는 내내 아무 말이 없다가, 손님이 빠져나간 이후에 방금 구두를 닦은 사람의 이력을 소상히 밝히곤 했다. 몇 번인가 막 나간 그들을 좇아가 노인이 말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저기 혹시 살인자세요?’라고 물을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이미 자신이 한 말은 잊어버린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텔레비전을 통해 야구중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구중계에 눈을 맞춘 채로 노인이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딱 세 번 있었어.
뭐가요?
살인자의 구두를 닦은 일.
신고 해야 되는 것 아네요?
또 멍청한 소릴 하는구먼.
노인은 여전히 고개는 텔레비전에 향한 채로 눈길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과연, 구두를 닦았는데 그 사람이 살인자였습니다, 라는 신고를 경찰이 받아주지는 않을 성 싶었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구두에는 그 사람의 내력이 소상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 헝겊에 구두약을 묻혀 구두를 문지르고 있으면, 손끝을 통해 구두주인의 내력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물끄러미 노인의 손을 쳐다보았다. 검지와 중지에는 구두약에 절은 더러운 천 조각이 여전히 걸려있었다.
못 믿겠단 눈치구먼. 자네도 한 이십 년 닦아봐. 이런 시발.
텔레비전 속 타자가 친 좋은 타구를 상대편 외야수가 호수비로 걷어내고 있었다.
그냥 이런 얘기가 생각났는데 딱히 소설이 될 분량도 아닌 것 같고...
어디 써먹을 데도 없을 것 같아서...
저 사람 말이야.
네.
살인자야.
네에?
나는 막 구둣방을 빠져나간 남자 쪽을 쳐다보았다. 살인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노인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구두를 닦는 내내 아무 말이 없다가, 손님이 빠져나간 이후에 방금 구두를 닦은 사람의 이력을 소상히 밝히곤 했다. 몇 번인가 막 나간 그들을 좇아가 노인이 말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저기 혹시 살인자세요?’라고 물을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이미 자신이 한 말은 잊어버린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텔레비전을 통해 야구중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구중계에 눈을 맞춘 채로 노인이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딱 세 번 있었어.
뭐가요?
살인자의 구두를 닦은 일.
신고 해야 되는 것 아네요?
또 멍청한 소릴 하는구먼.
노인은 여전히 고개는 텔레비전에 향한 채로 눈길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과연, 구두를 닦았는데 그 사람이 살인자였습니다, 라는 신고를 경찰이 받아주지는 않을 성 싶었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구두에는 그 사람의 내력이 소상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 헝겊에 구두약을 묻혀 구두를 문지르고 있으면, 손끝을 통해 구두주인의 내력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물끄러미 노인의 손을 쳐다보았다. 검지와 중지에는 구두약에 절은 더러운 천 조각이 여전히 걸려있었다.
못 믿겠단 눈치구먼. 자네도 한 이십 년 닦아봐. 이런 시발.
텔레비전 속 타자가 친 좋은 타구를 상대편 외야수가 호수비로 걷어내고 있었다.
그냥 이런 얘기가 생각났는데 딱히 소설이 될 분량도 아닌 것 같고...
어디 써먹을 데도 없을 것 같아서...
# by | 2009/10/15 17:58 | 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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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반전있거나 멋진글이 많아 가끔 들러 읽고가곤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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