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우리 소풍 간다에 대한 기억.

  백민석의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산 이유는 오로지 제목 때문이었다. 우연히 교보문고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전율했다. 저런 제목으론 내가 써야 하는데, 뭐 그런 건방진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문창과에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문창과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내가 소설을 쓸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태였다. 그 전까지 글을 써본 적도 없었고, 책을 열심히 읽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막연하게 경제학과나 국문학과 같은 곳들보다 더 숨을 쉬기엔 좋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막 그야말로 재미로 내가 읽고 싶은 (소설이 아닌)이야기들을 뱉어내듯이 쓰던 딱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이 제목을 보고 처음으로 막연하게 나도 저런 제목의 소설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무작정 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난 백민석이라는 작가와 멀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면서 나는 다시는 이 책을 뽑아들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나한테 소설이라는 것은 이미지 보다는 이야기였고, 서사였다. 때문에 온갖 자극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점철되어 때로는 서사가 뭉개지곤 하는 이 소설은 나에겐 그저 두통이었다. 그 뒤에 작가의 다른 소설인 ‘죽은 올빼미 농장’과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책은 다시는 뽑아들지 않았다. 그 때의 그 불유쾌했던 기억들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책꽂이에 꽂힌 책등을 찬찬히 바라보며 나의 빈곤한 독서량에 절망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눈가를 언뜻언뜻 스치는 ‘헤이 우리 소풍 간다.’라는 책은 ‘이제 대가리도 컸으니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라는 막연한 각오를 다지게 해주었지만 막상 실천하는 것을 하루하루 밀어왔다. 그러다 수업을 하면서 다시금 ‘헤이, 우리 소풍 간다.’라는 제목을 듣게 되었고, 몇 년씩이나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이 아까워 다시 읽게 되었다. 다시 읽고 들은 느낌은 투명한 잔에 가득 채워진 핏물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한 줄씩 읽어갈 때마다 찰랑찰랑 언제 넘칠지 몰라 불안해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결국 컵에서 넘쳐 팡팡 튀어 오르는 핏방울들을 보며 여전히 처음 읽었을 때처럼 머리가 아파왔다. ‘씹고 난 껌처럼 버려졌으며, 누군가의 구두 밑창에 붙어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져버린 곳’으로 가면서 ‘씨발년들아…… 우린 누구나 그곳으로 간다…… 우린 이미, 죽은 지 오래다! 우린 이미 그곳의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안 그래? 헤이! 우리 소풍 간다! 소풍 간다! 우헤헤헤……’라고 외치는 소설은 슬프고 아프다. 아마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다시 책꽂이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때와는 다른 이유로 다시는 꺼내서 읽을 일이 없을 것이다. 아직도 머릿속에 그 장면이 일렁인다.

by Loooou | 2009/10/15 18:00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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